김세라 심부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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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두드린 자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문은 항상 조용히 열렸다. 이 사무소를 찾는 이들은 대게 말을 아끼고, 눈치를 살피며, 문고리를 잡는 손에 무게를 싣는법이었다. 탐정이라는 단어가 세상에서 제일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은, 의뢰인이 말문을 트기 전까지의 침묵 속에 숨어 있었다. 그날 문을 두드린 이는, 서늘한 바람을 등에 업고 있었다. 사무소의 낡은 탁자 위로 떨어진 작은 먼지가 일렁이듯, 그의 표정 또한 불안정하게 일렁였다. 남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말을 돌려 말했다. 배우자가 최근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했다. 늦은 귀가, 습관처럼 들르던 장소에서의 공백, 미묘하게 바뀐 향수, 그리고 알 수 없는 무표정. 그는 감정을 억누르며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지만,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탐정은 놓치지 않았다. 말보다 손이 먼저 고통을 말하고 있었다. 의뢰인은 '아내가 외도를 하고 이씨는 것 같다'는 표현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혹시 제가 잘못 보고 있는 걸까요?라는 말로 자신의 의심을 포장했다.탐정은 그 문장 속에 담긴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외도든 불륜이든, 사실 확인이 먼저 필요했고, 증거수집은 그저 덤 일 뿐이었다. 루미노케이 사무소는 그래서 유명했다. 합법적인 절차으로 진실을 파고 들었다. 거짓의 틈을 벌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냄새를 기록하는일. 그것이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절차이었다. 탐정은 그의 말에서 가장 먼저 시간의 왜곡을 읽었다. 여성 배우자의 동선이 흐트러졌다고 했다. 일정한 요일마다 이어지던 통화가 어느 날부터 뚝 끊겼고, 주말엔 가족 행사라는 이유로 혼자 외출을 했다. 그는 처음엔 그럴 수도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반복된 불일치는 그가 외면해왔던 무언가를 비집고 들어왔다. 배우자의 핸드폰은 늘 잠겨 있었고, 거실에 놓였던 장바구니는 자주 바뀌었다. 사소한 것들이 모여 낯설게 변해가자, 그는 결국 탐정 사무소를 찾게 되었다.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탐정은 의뢰인의 표정만으로도 어느 정도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감정은 증거가 아니었고, 증거는 감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탐정은 기록을 요청했다. 배우자의 동선이 기억나는 대로 적힌 수첩, 그가 의심을 품기 시작한 날의 영수증, 이상하게 느껴졌던 카페의 위치, 반복적으로 등장한 SNS상의 장소 태그. 그것들은 하나같이 산만해 보였지만, 잘 엮이면 진실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는 명확히 '불륜'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탐정은 그 말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아내라는 존재가 집 안에서 사라지고 있는 느낌, 배경처럼 존재하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시선을 피하는 방식, 그리고 함께 있지 않은 순간에도 어딘가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지는 기분. 그것은 단순한 오해로 지워지지 않았다. 루미노케이 사무소는 외도를 다루는 수많은 탐정 사무소와 다르게, 의뢰인의 감정을 먼저 다뤘다. 진실을 찾는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수집이 아닌, '확신의 무게'를 견디는 일이었다. 탐정은 그 점에서 오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의뢰인의 말에 끄덕이며 사고 없이 되물었다.

믿고 맡겨도 되는 것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믿고 싶은 쪽을 고르시겠습니까.

의뢰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주먹을 쥐었다. 그 안에 쥐어졌던건 분노도 아니었고 복수도 아니었다. 다만, 알고 싶다는 감정 하나였다. 사실 확인이 필요한 이유는 의심이 이미 마음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단지 의심의 대상이 아닌, 그의 일상이었고, 그의 과거였으며, 어쩌면 미래였다. 그러나 지금 그 미래가 흔들리고 있었다. 탐정은 사건 파일을 하나 꺼내고, 여느 때처럼 날짜를 적었다. 기록은 오늘부터 시작될 것이다.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기록은 항상 진실과 닿아 있었고, 그것은 곧 탐정의 직관과 합리 사이에서 피어난 결과물이었다. 그는 의뢰인이 돌아간 후 창문을 열었다. 늦여름의 바람이 커튼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늘의 사건이 단순한 외도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진실로 향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가 두드린 문이 잘못된 문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의심의 씨앗 루미노케이 사무소에 의뢰인이 돌아간 후, 탐정은 조용히 기록을 펼쳤다. 배우자의 일상에 스며든 의심의 씨앗은, 생각 보다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남편이 말한 '변화'들은 하나씩 조심스레 퍼즐 조각처럼 맞춰졌다. 늦은 귀가와 달라진 향수, 휴대폰 잠금, 그리고 그날의 영수증까지. 모든 것이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탐정 눈에선 단순한 이상 징후 이상이었다. 하지만 탐정은 성급히 판단하지 않았다. 합법적인 증거수집만이 진실에 닿는 길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법적인 침해는 진실을 왜곡할 뿐이었다. 그는 배우자의 동선을 면밀히 파악하기 시작했다. 평소 일정했던 통화와 만남들이 어긋난 시간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외뢰인이 기억하는 그 카페는 정말 단순한 장소였을까. 불륜의 그림자가 은밀히 깃들었는지 탐정은 계속해서 확인했다. 탐정의 노트는 '사실 확인'을 위한 기록으로 빼곡했다. 의뢰인이 주었던 불안한 표정, 말보다 먼저 흔들렸던 손끝, 그것들이 증거가 되지는 않았지만,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탐정에겐 그 무엇보다 중요한 단서였다. 외도, 불륜, 그 단어가 갖는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진실을 마주하는 일도 힘겨웠다. 탐정은 매일 배우자의 일상을 뒤쫓았다. 그리고 때때로, 조심스레 남편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혹시, 이런 증거들이 모이면,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는 뜻일까요?

증거는 증거일 뿐이지만, 사실 확인이 끝나야 선택이 시작됩니다.

루미노케이 사무소는 그 선택의 무게를 함께 견뎌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날도 늦은 저녁, 루미노케이는 창밖으로 스며드는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배우자의 흔들림 뒤에 감춰진 진실을, 적법하게 밝혀내리라.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기록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었다.

감춰진 동선 루미노케이 사무소에서의 조사는 예상보다 복잡하게 뻗어 나갔다. 탐정은 배우자의 삶에 직접 손을 대지 않으면서도, 그 삶의 겉껍질을 조심스레 벗겨내고 있었다. 이 작업은 의뢰인이 견뎌야 할 고요한 인내와도 같았다. 탐정이 움직이는 동안, 남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배우자의 동선은 일정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퇴근 후 이동 경로였지만, 어느 날부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꺽이기 시작했다. 회사와 집 사이에 존재하지 않던 이름의 카페, 휴일마다 반복되는 짧은 외출, 그리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하나의 건물.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탑정은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보지 않았다. 탐정은 합법적인 방식으로 배우자의 위치를 확인했다. 얼굴을 드러낸 주변 인물은 없었지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차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번호판은 흐릿했고, 차량 주인의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장벽에 가로막혔지만, 탐정은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루미노케이 사무소가 지금껏 수많은 외도 사건을 다뤄왔던 이유는, 포기하지 않는 관찰력 때문이었다. 며칠 후, 탐정은 배우자가 익숙한 동네 마트 , 먼 거리의 조용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시각, 그 차량도 근처에서 포착 되었다. 우연처럼 보이던 일들이 실처럼 엮여가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오해가 아니었다.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기록이 말해주고 있었다. 한밤중, 탐정은 의뢰인에게 짧은 문자를 남겼다.

확실한 증거는 아직 아닙니다.
하지만 조사가 필요한 지점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남편은 담장을 보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작은 봉투 하나다 루미노케이 사무소에 도착했다. 거기엔 배우자가 쓴 듯한 짧은 메모와, 익숙한 이니셜이 적힌 영수증 몇 장이 있었다. 감정은 여전히 증거가 될 수 없었지만, 이제 증거는 감정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림자의 얼굴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탐정은 봉투 속 자료들을 책상 위에 조심스레 펼쳤다. 누군가가 흘린 듯한 메모, 한 번 접혔다 펼쳐진 영수증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필체의 흔적. 그 작은 조각들 속에서 배우자의 일상 너머에 누군가의 얼굴이 어렴풋이 드러나고 있었다. 탐정은 메모의 필체를 주의 깊게 살폈다. 정돈되지 않은 글씨는 분명 배우자의 것이 아니었고, 마치 급하게 쓴 흔ㅊ적처럼 보였다. 메모는 특정 장소와 시간을 암시했다.

3시, 전에 그 카페. 차 안에서 기다릴게

이 문장은 탐정의 머릿속에 수많은 가능성을 일으켰다. 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 확신을 안겨주었다. 외도의 가능성은 더 이상 의심이 아닌, 확신의 대상이 되었다. 루미노케이 사무소는 항상 '사실 확인'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그래서 탐정은 직접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다. 카페 안은 평소처럼 조용했고, 차창 밖으로는 빗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그날, 배우자는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른 차량이 천천히 카페 앞에 멈춰 섰다. 그 차량은 조용히 머물렀고, 배우자는 눈치를 살피다 탑승했다. 차는 곧장 움직이지 않았다. 30분. 차 안의 불투명한 그림자들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탐정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방식은 언제나 합법을 기반으로 한 '거리 두기' 였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은 기록되고, 날짜가 적힌 사진으로 남았다. 며칠 후, 탐정은 그 차량의 주인이 소속된 회사를 확인했다. 소형 부동산 사무소. 배우자의 직장과는 접점이 없는 곳이었다. 루미노케이는 차량의 이동 경로를 살피며, 두 사람의 동선이 겹치는 시간대를 좁혀갔다. 이건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반복된 접촉이었다. 의뢰인은 탐정에게 묻지 않았다. 그저 점점 굳어지는 표정으로 자료를 받았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조용하네요.

그 말엔 미묘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실망, 혹은 체념. 아니면 아직 남아 있는 기대. 탐정은 그 감정을 헤아리지 않았다.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진실을 마주할 준비는 되셨습니까?

남편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주먹을 쥐지도, 숨을 들이쉬지도 않았다. 그는 마치 자신이 사라지고 있는 듯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불륜이란 단어는 아직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그것은 이미 그의 뒷모습에 드리운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탐정은 알고 있었다. 외도란 단순한 사건이 아닌, 사람의 감정을 짓이기는 과정이라는 것을. 증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쌓이고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견디는 사람의 내면이었다. 그날 밤, 탐정은 보고서를 정리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카페 유리창에 비쳤다. 거기에는 단지 배우자와 외도의 상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누군가가 감추고 있던 얼굴 하나가 함께 있었다. 진실의 문턱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탐정은 보고서를 마지막까지 점검한 후, 조용히 손에서 놓았다. 탐정이 직접 내리는 결론은 없다. 보고서는 어디까지나 '기록'에 불과했다. 사실 확인은 탐정의 일이지만, 판단은 의뢰인의 몫이었다. 특히 외도, 불륜처럼 감정의 결이 복잡하게 얽힌 사건에서는 더욱 그랬다. 며칠 뒤, 남편은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문을 다시 열였다. 처음 왔을 때보다 얼굴은 더 창백해졌고, 말수는 더 줄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침묵 속에 확긴이 묻어 있었다.

이제...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배우자에게 아무 말 없이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 익숙한 식탁, 그러나 낯선공기. 배우자는 은밀하게 미소를 지었고, 남편은 아무런 말도 없이 천천히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밥맛은 없었다. 그가 꺼낸 말은 예상과 달리 직접적이지 않았다.

최근에 많이 바빴나 봐.

응... 회사 일도 있고, 이것저것 정리할 게 많아서.

그 차량, 요즘 자주 타는 것 같더라.

...무슨 말이야?

그 사람. 편의점 근처에서 몇 번 마주쳤어.

순간, 배우자의 표정이 흔들렸다. 숨이 가늘게 흔들렸고, 눈동자는 멈칫했다. 하지만 반응은 예상보다 담담했다.

미안해... 숨기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숨기려 하지 않았다, 라는 말은 곧 들킬걸 알았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남편의 가슴에 가라앉았다. 증오보다 깊은 침묵. 고함 차오른 공백. 그 순간, 남편은 깨달았다. 불륜이란 단어보다 먼저 마음에서 없어져버린 것을이 있었다.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배우자는 상대를 '회사에서 만난 사람'이라 표현했다. '감정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끝낼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선 고개를 숙였다. 탐정은 멀리서 그 밤의 보고를 받았다. 남편은 단 하나의 메시지만을 보냈다.

이해는 안되지만, 알아 버렸습니다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탐정은 이해한다는 말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그건 용서와 다르다. 이해는 말없이 참는 것이고, 때로는 감정을 밀어내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탐정은 더 이상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실이 드러난 뒤의 선택은, 누구도 해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날 이후로 다시 사무소에 오지 않았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어떻게 정리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탐정은 안다. 진실을 마주한 사람의 침묵은, 때로 어떤 증거보다도 분명한 결론이라는 것을. 루미노케이 사무소는 다음 사건을 준비하며, 조용히 창문을 열었다. 늦여름의 끝자락, 바람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어느 외도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을 품고 있었다.

이름 없는 보고서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서랍 한 켠에는 이름 없는 사건 파일들이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이번 사건이었다. 탐정은 이 사건을 굳이 '외도'로 정의하지 않았다. 그건 단지 외형일 뿐이었다. 실제로 남겨진 건, 누구도 끝내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었다. 파엘에는 배우자의 사진이 몇장 끼워져 있었다. 카페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순간, 낯선 차량에 조심스레 오르던 모습,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골목을 혼자 걷던 뒷모습. 그 사진들에서 탐정은 죄책감을 읽으려 하지 않았다. 루미노케이 사무소가 남기는 기록은, 감정의 판단이 아니라 사실 확인 그 자체였다. 의뢰인이 사라진 자리엔 아무런 복수도, 처벌도 없었다. 그는 더 이상 증거를 요구하지 않았다. 사실이 밝혀진 후, 그는 오히려 말이 줄었다. 탐정은 그것이 이 사건의 가장 강력한 결롬임을 알고 있었다. 외도라는 것은 단지 ' 다른 사람을 만났다 ' 는 행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건 보통, 관계 안에서 오래 방치된 공백이 먼저 생기고, 그 사이에 누군가가 스며드는 것이다. 배우자는 거짓을 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실을 공유하지도 않았다. 루미노케이 사무소는 그 간극의 한가운데서, 조용히 균열을 지켜봤다. 보고서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멈췄다. 탐정은 거기에 어떤 결론도 쓰지 않았다. "확인됨" 이라는 짧은 문구 하나만이, 몇 주간의 조사와 감정을 했다. 그 문장을 적고 나서, 그는 책상에 앉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건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계속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미노케이 사무소의 창 밖으로, 또 다른 발걸음이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탐정은 서랍을 닫고, 조용히 문 쪽을 바라보았다. 다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릴 것이다. 이번에도 또, 사람과 불신 사이에서 길을 잃은 누군가가.

진실은 때로 증거보다 조용하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의심하는 순간보다, 더는 믿을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더 오래 마음을 무너뜨린다. 오늘도 그 무너진 틈 사이로 스며든 이야기를 조용히 기록하고 있다. 끝엔 언제나 선택이 있었고, 선택 뒤엔 말 없는 시간이 흘렀다. 그 침묵이야말로, 진실이 지나간 자리였다.